윤 대통령 "국민만 생각"한다면서 지지율 하락은 "의미 없다"라고?
[윤석열 정부] 리얼미터 조사서 '부정'이 '긍정'에 5.8% p나 앞서
여당 일각 "심지어 대선 때 찍었던 사람들도 철회"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두고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오차 범위 밖에서 앞지른 여론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여당 내에서도 윤 대통령이 ‘성공의 역설’에 빠졌다며 “자성해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4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닷새 동안 전국 18살 이상 251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2.0% 포인트)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전주에 견줘 2.2% 포인트 하락한 44.4%로 나타난 반면, ‘국정 수행을 잘 못 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2.5% 포인트 상승한 50.2%인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과 부정 응답 차이는 5.8% 포인트로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결과를 나타냈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도 2주째 이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 하락 추세에 대한 질문에 “전 뭐 선거 때도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며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고,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다.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 마음만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쓴소리가 나왔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지율 하락은 “상당히 위험 신호”라며 “대통령께서도 그렇고 당도 그렇고 집권 초기에 왜 이런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지를 자성하면서 평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이유에 대해 세계적 경제 위기에 따른 구조적인 요인과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을 제시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성공의 역설’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 홍준표 대표에게 아슬아슬하게 신승을 거두고, 실제 (대선) 본선에 가서 이재명 후보 하고도 정권교체 지지율에 비해 훨씬 낮은 득표율로, 0.73% 포인트 차로 이겼다”며 “이런 걸 자체 평가를 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이어 “성공의 역설이라고 말씀드리는 건 이긴 분들이 가지는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내부의 자정 평가 같은 것에 귀를 닫는 경향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역대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지지율이 높은 건 대통령을 후보 시절에 안 찍었던 사람들도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은 찍었던 사람만 지지하고 있는 것이고, 심지어 대선 때 찍었던 분들도 일부 50대 중도층에서는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며 “가장 큰 원인은 협치와 포용과 덧셈의 정치를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반문재인’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 힘의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시정연설 때 얘기한 교육개혁이나 노동개혁 등 미래를 얘기하는 큰 틀을 보여주면서 전 정부에 대한 사정이 부수적으로 나와야 국민들도 ‘저건 일을 하다가 흘러나온 거구나’라고 이해를 하는데, 지금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전 정부에 대한 사정만 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정부와 당 지도부의 어젠다 세팅이 아쉽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