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각오하고 '불'부터 빨리 꺼라? 가시화되는 'S의 공포'
[창간 기획-i(인플레이션) 시대 생존전략] ②인플레이션 얼마나 갈까? / OECD 물가상승률 전망치 2배 높게 수정.. IMF 세계은행 성장률 전망치는 수차례 하향
팬데믹은 세계를 멈추게 했고, 각국은 돈을 풀어 세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다. 이런 유동성 파티는 이제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후폭풍을 부르고 있다. i(인플레이션)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역사적 수준의 인플레이션 공포가 글로벌 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향후 경기 침체를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글로벌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반적인 수준의 금리 인상 노력이 '먹히고'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풀리고 경제도 호조를 보이는 '연착륙 시나리오'는 이제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지난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인플레 우려에 불을 지폈다. 1년 전보다 8.6% 올랐는데, 1981년 이래 최고치다.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물가 상승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공포가 가시화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대되며 세계 증시 폭락으로 이어졌는데, 곧이어 15일 연준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 포인트 끌어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28년 만에 단행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인플레이션이 각각 40년, 37년여 만에 최고치에 달하는 등 세계 각국의 물가 상승률은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는 양상이다. 치솟는 물가에 유럽 중앙은행도 다음 달 11년 만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오는 7월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한번 낮출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게 되면 올해 세 번째 하향 조정이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지난 전망치를 내놓은 이후) 많은 일들이 발생했으며 이는 추가 하향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IMF는 앞서 지난 4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4%에서 0.8% 포인트 낮춘 3.6%로 전망했다.

지난 17일 웰스파고 증권의 크리스 하비 주식전략 헤드는 "단기적 불황은 이제 기정사실화 됐다"며 "이제 문제는 경기침체가 얼마나 오래갈지, 그리고 기업 수익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라고 말했다.

전직 미국 관료들도 정부가 인플레이션 대응에 한발 늦었고,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경고한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낙관적 시나리오에서조차 경기는 둔화할 것"이라면서 내년이나 내후년까지도 성장률이 저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기간이 이어질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을 예고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현재 인플레이션이 사실상 역사적인 최고점에 가깝다며 강력한 긴축으로 경기 침체를 이끌어 내는 것만이 물가 상승을 잠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에는 경기침체의 위험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을 80%로 봤다.
지난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이 경제학자 4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내년 안에 경기침체로 접어든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