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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허준이와 유승준의 차이, 군대 안 간건 똑같은데..[유동주의 P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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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허준이와 유승준의 차이, 군대 안 간건 똑같은데..[유동주의 PPL]
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아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허준이(미국명: JUNE HUH) 교수의 필즈상 수상 소식에 '불편한' 그 이름 '유승준(미국명: STEVE YOO)'을 바로 떠올린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국계 미국인 그 둘을 비교하는 게시물들이 눈에 띈다. 허 교수 소식을 다룬 포털 뉴스 댓글란에도 유승준을 언급하거나 허 교수의 국적과 병역이행 여부를 궁금해하는 소위 '악플성' 댓글도 종종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병역'이 과연 무엇이기에 이런 경사스러운 뉴스에도 '병역'을 따지는 악플이 달려야 하는지 새삼 자괴감이 들 정도다.

 

 

 

 

 

 

 

 

 


한국계 외국 국적 남성의 뛰어난 성과에 이런 식의 '병역 검증'이 붙는 데에 유승준 논란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곤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미국 국적 한국계 남성은 어떤 성취를 하더라도 유승준과의 병역 비교를 피하지 못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대체로 현재까지 유승준의 귀국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간단히 보면 유승준의 한국행을 계속 막는 게 '국민감정'에 부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필즈상 수상으로 '국민감정'을 한껏 '기쁘게' 해주고 있는 허 교수를 환영하는 언론과 여론을 보니, 더 그렇게 느껴진다.

미국에서 교수와 연예인으로 살고 있는 둘의 공통점을 먼저 보자. 나이는 조금 다르지만 미국 국적인 점과 한국에서 병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은 같다. 둘 다 원하면 한국에서 병역을 이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둘의 선택은 미국 국적을 선택해 병역의무를 회피하는 것이었다.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소식을 전하는 프린스턴대 


허 교수는 징병 신체검사 영장이 나오기 전인 만 18세에 국적법에 따라 미리 국적을 포기했다. 남성인 복수 국적자가 '병역'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을 택했다고 한다면 믿기 어려운 주장이다. 허 교수도 유승준도 미국 국적을 선택하면서 '병역'을 회피하게 된다는 '인식'을 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이민 갔던 유승준은 미국서 출생한 허 교수와 달리 '원래' 군대에 가야 할 상황이었다고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렇지 않다. 유승준도 '원래'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다.

유승준이 가수로 활동하던 당시만 해도 미국 영주권자에겐 '사실상' 병역의무가 부과되지 않았다. 그런데 2001년 3월 27일 병역법 시행령이 갑자기 개정되면서 병역의무 대상이 됐다.

박노항·원용수 고위층 병역비리 사건 여파로 갑자기 '병역이행'대상으로 전환된 유승준은 만 19세 남성이 받는 징병 신체검사를 2001년 8월 늦은 나이인 만 25세에 갑자기 받게 됐다. 생각도 못했던 '병역'문제가 돌발 변수가 되자 유승준은 가족과 함께 신청단계를 밟고 있던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지 않고 취득하는 방법으로 징병을 '합법적'으로 피했다. 그 방법은 '법적' 외견으론 허 교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둘의 차이를 더 살펴보자. 미국 거주 기간은 유승준이 더 길다. 허 교수는 1983년 미국에서 교수 부부인 부모의 스탠퍼드대 유학시절 태어났지만 두 살 때 부모와 함께 귀국해 한국에서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까지 다녔다. 서울대 석사학위를 마치고서야 미국에 유학 갔으니 국적만 미국일 뿐 실제론 보통의 한국인처럼 20대 후반까지 생활했다고 보는 게 더 적합하다. 미국 순수 거주 기간은 박사학위를 위한 유학 이후 대략 10여 년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유승준은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 1학년이던 1989년 미국에 가족과 함께 이민 갔다. 1996년 가수가 되기 위해 귀국한 뒤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다 2002년 출국 뒤엔 한국엔 입국을 못 하고 있다. 순수 미국 거주 기간은 가수 데뷔 전엔 대략 7년, 입국 금지 조치 이후엔 20년이다.

 

 

 

 

 

 

 

 

 

 

유승준은 27년을 미국에서만 생활했다. 보통의 한국인처럼 한국 내에서 살아왔다고 볼 수 없어 허 교수보다 더 '미국적인' 미국인이라 해야 더 적합하다.

이중국적자였다가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택한 시점인 만 18세 시점까지 허 교수는 '사실상' 한국인 가정에서 한국인 친구들에 둘러싸여 한국 학교를 다니며 생활했다. 반면 한국 국적으로 미국 영주권자였다가 시민권을 획득한 시점의 만 25세 청년 유승준은 미국 생활 기간이 약 13년으로 '사실상' 미국인으로 생활을 했다.

수학계 노벨상이라는 필즈상 수상업적에 국민 대다수가 같이 기뻐하고 있다. 그런 잔치 분위기 속에서도 한국 남자의 '병역'문제를 다시 꺼내 들게 하는 게 유승준 문제다. 이번 허 교수의 수상 소식을 온전히 기뻐하기엔 유승준 논란 때문에 연상되는 '병역'문제가 계속 거슬린다는 이들이 있다.

 

 

 

 

 

 

 

 

'업적'을 이룬, 혹은 이룰만한 '위인'급 인물의 한국 국적 포기는 허 교수처럼 '용서'받거나 문제시되지 않는 게 다소 신경 쓰인단 것이다. 국민감정을 건드린 유승준의 국적 포기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입국 금지'조치의 근거가 되고 있어서다.

'유승준 사례'만 보면 한국은 '법(法)'에 의한 '법치주의'가 아니라 '감정(感情)'에 의한 '감치주의' 국가라 할 만하다는 것이다.

유승준 MAMA

20년 넘게 입국거부를 당하는 유승준과 달리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국민감정을 다소 건드렸어도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하기 직전 대체복무를 마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와 2020년 중국으로 귀화한 임효준(중국명: 린 샤오쥔)은 현역 복무를 하지 않았어도 국내 입국이 자유롭다. 타이밍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유승준 입장에선 "왜 나만…"이라는 반박을 할 근거가 충분히 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적 이탈자는 4308명이다. 그중 77%는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 복수 국적자에게 관대하던 과거와 달리 미국 내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불이익을 주자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도 2005년 국적법 개정 후부터 복수 국적자에게 배타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 방향이 바람직한 것인지도 허 교수 사례를 계기로 생각해볼 때다.

미국 등 해외에서 태어난 한국계 외국 국적자나 이민으로 외국인이 된 한국계 모두 '재외동포법'으로 '포용'하자는 게 우리 사회의 대략적인 합의다. 한국 '핏줄'을 법적으로 보호해주겠단 취지다.

글로벌 인재로 활동하기 위해 외국 국적을 선택한 경우에도 한국 뿌리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재외동포법은 특별한 혜택을 부여해주고 있다.

 

 

 

 

 

 

 

 

 

필즈상을 수상하지 않은 국적 이탈자들도 모두 같은 법에 근거해 재외동포 비자(F-4)를 받아 국내 입국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물론 허 교수도 F-4 비자를 받았다면 국내에 외국인으로 오래 체류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국방의 의무는 '신성(神聖)하다'고 말하곤 한다. 국민 모두가 '거룩하고 성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려면 '신성한 의무'를 둘러싼 논란에서 '잣대'가 명확해야 한다.

 

 

 

 

 

 

허 교수의 수상소식이 전해지기 전, 유승준의 입국이 진작에 가능했더라면 허 교수 수상 뉴스에 뒷맛이 찜찜한 댓글을 다는 이들도 없었을 것이다.

국민을 '기쁘게' 한 자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한국계 외국인이라도 '환영'받고, 국민을 '기분 나쁘게' 한 자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입국도 못한다는 식이라면 최소한 '법치'국가라 보긴 어렵다.

국민감정법이 헌법적 가치보다 앞설 순 없다.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한국인 부모 밑에서 난 남성이 군대를 안 갔다는 게 언제까지 치명적 약점이 돼야 할까.

유승준 단 한명을 '굳이' 입국 금지시키는 게 국민 전체에 주는 효용가치 면에서 '플러스'일지 '마이너스'일지 '수학적'으로 따져 볼 일이다.
허 교수가 졸업한 서울대 이공계 학부나 대학원 동문 선후배 남성 상당수는 '현역'으론 군대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공부에 전념하고 전문 연구요원으로 빠진다. 일부는 허 교수처럼 미국 국적자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들을 병역 문제로 비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 영역에서 한국을 빛내 줄 거란 기대에서 오는 '관대함'때문일 것이다.

 

 

 

 

 

 

 

 

남성의 병역 이행여부에 '지나치게' 민감하면서도 '병역면제'를 포상처럼 주는 걸 당연시하는 모순적인 이곳에서 허 교수가 한국 국적을 택하고 현역 군인으로 복무했더라면 필즈상을 수상할 수 있었을까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생각하면 불편하고 거룩하지 못한 생각이지만 '병역필'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엔 많은 이들이 '회의적'이다.

유승준 입국문제가 논란거리로 더 소비되는 건 우리 사회에 '마이너스'다. 사회적 마침표가 찍혀야 '플러스'다. 국민 여론을 지나치게 살펴 '눈치'를 보는 법원과 법무부가 있는 한 그 끝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법은 법답게 집행해야 한다. 국민 여론대로 판단할 것이라면 법전도 판사도 필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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