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문프 셀러'의 저력인가, 퇴임한 대통령의 선 넘은 훈수인가

반응형
SMALL

'문프 셀러'의 저력인가, 퇴임한 대통령의 선 넘은 훈수인가

 

[아무튼, 주말] '짱깨 주의의 탄생' 판매 급증
文은 왜 친중서 적을 추천했나

23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역사 서적 매대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추천한 ‘짱깨주의의 탄생’이 놓여 있다. 

‘문프(문재인 프레지던트) 셀러’의 저력인가, 퇴임한 대통령의 선 넘은 훈수인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추천한 책 ‘짱깨 주의의 탄생’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교보문고가 24일 발표한 6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역사·문화 분야 1위에 올랐고, 온라인 서점 예스 24 역사 분야에서 6월 셋째 주 주간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손민규 예스 24 인문·사회·역사 MD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폭발적 관심을 끌고 있다”며 “이전에도 일명 ‘문프 셀러’ 현상이라 해서 문 전 대통령이 휴가에 맞춰 추천한 도서들의 판매량이 급증한 사례가 있었다”라고 했다. 출판사는 발 빠르게 ‘문재인 대통령 퇴임 뒤 처음 추천한 책’이라는 띠지를 입혀서 내놨고, 예스 24는 ‘#문재인 대통령이 읽은 책’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문 전 대통령이 역대 추천한 책들까지 묶어 홍보하고 있다.

 

 

 

 

 

 

 

 

 

 

 

 

 

 

 

 

◇동북공정은 보수 언론이 키웠다?

김희교 광운대 교수가 쓴 ‘짱깨 주의의 탄생’은 ‘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이란 부제 아래 언론이 서구의 인종주의 등을 바탕으로 중국을 반대·혐오 대상으로 키웠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짱깨 주의는 미중 충돌 시기 한국의 안보적 보수주의가 중국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말한다”며 “신식민주의와 유사 인종주의가 결합된 한국의 특수한 중국 인식 체계”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면서 “한국 언론은 중국을 공격할 때 마치 누군가가 좌표를 설정하고 움직인다는 의심이 들 만큼 집중 보도하며 짱깨 주의 프레임을 확대 재생산한다”라고 썼다.

 

 

 

 

 

 

 

 

 

 

 

김 교수는 또 “동북공정을 역사 전쟁으로 비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보수 언론이었다”며 “동북공정은 중국의 팽창 정책과는 거리가 먼 중국의 수세적인 북한 붕괴 대비책이었다”라고 주장한다. BTS가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준 밴 플리트상을 받았을 때 BTS 수상 소감에 일부 중국 네티즌이 반발한 사건에 대해서는 “BTS가 받은 상이 국가 간 폭력인 전쟁에 참전한 사령관 이름을 붙인 상”이라며 “그 상을 받고 한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미국인의 죽음만 애도해 (중국 네티즌들이) 실망한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김정배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동북공정은 ‘고구려 역사가 중국 역사’라고 중국이 주장한 것이고,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우리 역사학계가 반대했는데 왜 언론 탓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했다.

 
 
 
◇친중

외교 비판한 언론에 불만?

다분히 논쟁적 시각을 담고 있는 이 책을 문 전 대통령은 왜 추천했을까. 문 전 대통령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책을 추천하면서 “언론이 전하는 것이 언제나 진실은 아니다”라고 했다. 책에 대해 그는 “도발적인 제목에 매우 논쟁적”이라면서도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이며 우리 외교가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다”라고 했다. 또 “이념에 진실과 국익과 실용을 조화시키는 균형된 시각이 필요하다”며 “세상사를 언론의 눈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눈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준다”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을 두고 친중 성향이라고 비판했던 일부 언론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 방향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송재윤 캐나다 맥마스터대 교수(역사학)는 “새 정권이 들어서고 지난 정권의 노골적 저자세 친중 외교 노선이 전면 수정되자 문 전 대통령이 자기변명의 압박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왜 좀 더 수준 높은 중국 옹호론이 아니라 조악한 친중주의 서적을 추천했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데, 그게 바로 문재인 정권의 중국 인식 수준”이라고 했다. “천안문 대학살 등 중국 현대사의 참상을 직시한다면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의 나라이고, 우리는 작은 나라이지만, 중국몽에 동참하겠다’는 발언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도올 김용옥의 책 3권을 추천하며 "우리의 인식과 지혜를 넓혀주는 책들"이라고 썼다.

 

 

 

 

 

◇“나를 잊지 말라는 메시지”

문 전 대통령은 집권 내내 자기가 읽은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왔다. 스스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어떨 때는 활자 중독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추천한 책의 면면을 보면, 고개가 갸웃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2019년 12월엔 도올 김용옥의 책 3권을 소개하며 “우리의 인식과 지혜를 넓혀주는 책들”이라며 일독을 권했다. 이 중 ‘통일, 청춘을 말하다’는 김용옥과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알릴레오’ 유튜브 방송에서 나눈 대담 내용을 옮겨놓은 책이다.

 

 

 

 

 

 

 

 

 

 

 

 

 

 

 

 

 

 

 

 

 

 

 

 

 

 

 

 

 

 

김 씨는 우리 관광객의 금강산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 “이명박이 대통령 된 지 얼마 안 돼 관광객 아주머니 한 분이 출입 금지 구역에서 돌아가신 아주 개체적 차원의 사건을 빌미 삼아 순식간에 금강산 사업을 백지화했다”라고 말했다. “정확한 진상 규명이 안 된 천안함 침몰 사건을 빌미로 대북 제재를 발표했다”고도했고, 남북통일을 부모 반대 속 남녀 결합에 비유하며 “남과 북이 도망가서 애를 낳으면 세계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거나 대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당시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좋아하는 책들이 유독 대한민국의 기본 이념을 부정하고 존엄성을 훼손하는 책인 것은 나라와 국민의 불행”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2019년 8월엔 여름휴가를 맞아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했다. 북토크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강양구 TBS 기자는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대학생 리포트를 길게 늘여 쓴 수준의 책이고, 직접 정독했다면 함부로 남에게 권하기 어려운 책”이라며 “추천하기 민망한 책들을 문 대통령이 당당하게 올리는 걸 보면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퇴임한 대통령이 외교 문제 등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책을 추천하면서 ‘내용에 대한 동의는 아니다”라고 한 줄을 걸친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문 전 대통령 스타일”이라며 “실상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방침에 대한 전면적 비판이고, 중국에 대한 본인의 외교가 옳았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거다. 야당 내 뚜렷한 리더십이 없는 상황에서, ‘나를 잊지 말라, 나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명백한 신호를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