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조용한 내조' 약속은?.. 광폭 행보에 출구 고민하는 대통령실
김건희 여사, 연일 단독 행보
13일 권양숙 여사 예방하며 '정치 내조' 시동
18일엔 故 심정민 소령 추모 음악회 깜짝 방문
광폭 행보 속 '봉하 지인 동행' 등 잡음 뒤따라
대통령실 공식 업무 체계 없어 논란만 무성
"'조용한 내조' 번복하려면 마땅한 명분 필요"
심 소령의 유족에게 준비한 선물을 나눠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음악회에 참석한 연주자들 대기실을 따로 찾아 행사에 힘을 보태준 것에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 여사는 “당신의 고귀한 희생, 대한민국을 지키는 정신이 되었습니다”라는 추모 방명록 작성에 이어 참석자들 앞에서 심 소령 추모 연설도 했다. 한 참석자는 김 여사가 심 소령 유가족들이 느끼는 고통스러운 심정을 위로하면서 ‘영원히 함께 기억하자’고 추모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삶의 고통 중에서도 때로는 위안을 찾는다”라며 유가족을 위로했다고 한다. 또 다른 참석자는 “김 여사가 최근 느끼는 심경이 담긴 말처럼 들렸다”라고 전했다. 군 제10 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심 소령은 지난 1월 11일 임무 수행을 위해 F-5E 전투기를 몰고 이륙하던 중 추락해 순직했다.
김 여사는 추모 음악회를 깜짝 방문해 15∼20분가량 짧은 시간 머무르다 조용히 떠났다고 한다. 신 변호사는 21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김 여사의 추모 음악회 참석에 대해 “영부인으로서 그만한 성의를 갖고 행동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낮은 자세로 잘한 일”이라며 “한 인간으로, 한 국민으로서 고귀한 희생을 한 사람과 유족에 대해 최대한 성의를 갖고 위로했다”라고 말했다.
김 여사가 지난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 예방을 시작으로 연일 단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영부인 예방과 국민의 힘 중진의원 부인 오찬 회동의 정치 내조와 국가유공자·보훈 가족 초청 오찬과 심 소령 추모 음악회 방문 등 보훈 행보가 한주 내내 주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던 김 여사의 과거 약속과 다른 행보라며 비난하고 나섰지만 김 여사 측은 영부인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대선 기간 자신의 학력·이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라며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오른쪽)가 지난 13일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마친 후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있다.
첫째, 대통령실 내부의 공식 업무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 여사가 코바나 콘텐츠 출신 직원과 지인을 공개 행보에 동원하면서 ‘비선 논란’이 제기됐다. 김 여사는 당초 비공개로 봉하마을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언론의 보도로 먼저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풀 기자단을 급히 꾸려 김 여사의 노 전 대통령 묘역 추모 스케치를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코바나 콘텐츠 출신의 정모 씨와 유모 씨, 김 여사의 지인인 충남대 김량 영 겸임교수(무용학과) 동행이 드러나면서 공개 행보에 사인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후 “잘 아는 편한 분들이 대통령실에 가서 같이 일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차원에서 같이 일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유 씨와 정 씨의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 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공무에 사인이 함께하고, 김 여사와 사적으로 얽힌 코바나 콘텐츠 출신 인사들이 대통령실에 채용돼 있다고 한다”며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슬림화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슬림화’가 아닌 사유화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선 논란’과 제2 부속실 부활을 둘러싼 찬반이 이어지면서 역대 영부인 예방이라는 일정의 본 취지는 빛이 바랬다.
두 번째는 ‘조용한 내조’라는 공약 파기다.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자신을 둘러싼 허위 이력·학력 의혹에 대해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불찰이다. 부디 용서해달라”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라며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둬달라”라고 읍소했다. 이후 김 여사는 대선 기간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도 선거 유세에 한 번도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 당선 후 ‘당선 감사 인사’라는 명분으로 김 여사는 물밑에서 종교계 인사들을 접촉하면서 활동에 나섰다. 대선 기간 ‘개 사과’ 논란으로 폐쇄했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도 다시 열어 유기견 후원행사에 참석한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에는 대통령 부부로서 역할만이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의원 배우자 오찬도 주최하면서 ‘정치 내조’에도 나서자 ‘조용한 내조’ 공약 파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청와대 이전’이라는 역대 대통령 누구도 지키지 못한 공약을 윤 대통령이 지켰지만 정작 ‘조용한 내조’,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약속이 번복되는 것은 윤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은 ‘제2 부속실’을 폐지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김 여사의 행보에 맞춰 인력을 충원하면서 공식 틀 안에서의 김 여사 행보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 여사의 행보를 내부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점, 언제까지 김 여사를 ‘조용한 내조’라는 울타리로 막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에 동행한 코바나 콘텐츠 출신 정 모 씨와 유 모 씨가 부속실 내 관저팀에 배치될 예정이다. 관저팀은 최승준 선임행정관이 팀장을 맡고 있으며 국회 보좌관 출신 조모 행정관을 포함해 4∼5명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선거대책본부 회계팀장 출신인 최 선임행정관은 윤 대통령의 외가 쪽 먼 친척으로 윤 대통령의 정치 참여 초반부터 합류해 선거를 물밑에서 도와왔다.
윤 대통령의 선거를 도왔던 한 정치권 인사는 “역대 영부인은 대통령과 선거를 함께 치른 사실상 러닝메이트와 같았다. 그 과정에서 대중에 노출되고 선거 운동에 기여한 영향력으로 영부인으로서 맡을 수 있는 정치적 역할,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거기에 대해서는 정치권도 여론도 일종의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라며 “본인을 향한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서 ‘아내의 역할에 머무르겠다’는 약속을 번복하려면 마땅한 명분과 설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