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내조 끝?' 김건희 언급량, 이준석 넘었다 [데이터로 본 정치 민심]
■네이버 데이터랩-썸 트렌드
SNS 언급량 김건희 > 이준석·권성동
前영부인·與중진 부인 회동에 관심↑
지인 대동 논란에 부정어 비율 높아져
"金 리스크 대비해 전담팀 설치" 의견도
최근 한달간(5월17일~6월17일) 김건희 여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SNS상 언급량 추이.
18일 빅데이터 서비스 업체 썸 트렌드에 따르면 6월 셋째 주(6월 13~17일) 김건희 여사의 언급 빈도는 1만 5679건으로 직전주(6977건)와 비교해 125%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소속의 한 기자와의 통화 파일이 MBC를 통해 방송됐던 1월 셋째 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버금간다. 당시 김 여사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 사건 등을 거론하며 “보수는 챙겨주는 건 확실하다. 공짜로 부려 먹거나 이런 일은 없다”, “그래서 보수는 미투가 별로 안 터진다” 등의 발언으로 미투 운동을 폄하했다는 뭇매를 맞았다.
김 여사에 쏟아진 관심은 집권 여당의 수뇌부 이상이었다. 6월 3째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SNS상 언급량은 각각 9918건, 3799건으로 김 여사에 크게 못 미쳤다. 이번 주 이 대표는 국민의 당 몫 최고위원 인사 문제를 두고 안철수 위원과 정면충돌하면서 언론의 조명이 집중됐지만 김 여사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최근 한달간(5월17일~6월17일) 김건희 여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검색량 추이
이러한 경향은 검색량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네이버 데이터랩에서도 관찰됐다. 17일 기준 김 여사에 대한 검색량 지수는 32를 기록해 이 대표(검색량 지수 10)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김 여사의 검색량 지수는 16을 기록해 이 대표(23) 못 미쳤지만, 이번주 들어 검색량이 급증하면서 13일에는 66일까지 치솟았다. 네이버 데이터랩은 특정 기간 내 최대 검색 기록을 100으로 잡고 기간 내 상대적인 검색량 추이를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기 위해 사저로 향하고 있다.
김 여사가 대통령 영부인으로 본격적인 외부 활동을 시작하면서 시선이 쏠렸다. 이달 13일 김 여사는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독대했다. 윤석열 대통령 없이 김 여사 홀로 수행한 첫 공식 일정이었다.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삶의 애환, 내조 방법 등을 주제로 훈훈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마쳤지만 문제가 뒤늦게 터졌다.
김 여사가 봉하마을 예방에 지인을 대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적인 관계로 얽힌 인사들이 공무에 관여하고 있단 논란에 불이 붙었다. 여기에 대통령실에 김 여사가 대표를 지냈던 코바나 콘텐츠 출신의 직원들이 채용된 사실도 알려지면서 비판이 심화됐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당시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연상시키는 발언을 내놓으며 정쟁화를 시도했다.
그럼에도 김 여사는 광폭 행보는 계속됐다. 14일 여당의 4선 이상 중진 의원의 부인 11명을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16일과 17일에는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각각 만나며 외부와의 스킨십을 강화했다.
6월 3째주 김건희 여사의 연관어.이 때문에 SNS 상 김 여사의 주요 연관어로 ‘봉하마을’, ‘권양숙’, ‘민주당’ 등이 새로 부상했다. 전 영부인과의 초당적 만남에도 김 여사의 부정어 비율도 오히려 높아졌다. 이달 셋째 주 김 여사와 함께 언급된 단어의 72%는 부정어로, 전주(58%) 대비 14% 포인트 증가했다. 대통령 집무실 사진 유출, 비선 논란 등 불필요한 정쟁에 휘말리면서 ‘논란’, ‘의혹’, ‘비판’, ‘루머’ 등의 키워드가 김 여사를 따라다녔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강길자 회장의 건배 제의에 다함께 건배하고 있다.
김 여사가 ‘조용한 내조’를 뛰어넘는 행보를 예고하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제2부속실 부활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여사의 행보가 사적 통로를 통해 먼저 알려지고, 김 여사의 팬클럽인 ‘건희 사랑’의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의 막말 등으로 김 여사와 관련된 잡음이 빈번해지고 있다. 대통령실에 김 여사를 제대로 보좌하는 전담팀이 없는 만큼 정식 팀을 만들어 향후 불거질 ‘김건희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윤 대통령의 공약을 뒤집는 것이라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선거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은 없애고 영부인이란 호칭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권 원내대표는 “제2부속실 폐지는 대통령 공약 사항이고, 부활하지 않더라도 대통령 부인의 공적 활동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다”며 “공약을 파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설치하지 않는 게 맞다”라고 신중론에 힘을 실었다. 대통령실도 전담팀 설치가 아닌 필요시마다 부속실 직원들이 보좌하는 형태로 김 여사의 수행을 돕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