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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딸 의혹, 페널티 없으면 정의도 없다" 학부모들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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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딸 의혹, 페널티 없으면 정의도 없다" 학부모들 공분

 

 

엘리트로 가는 그들만의 리그
ⓛ 새너제이, 현장을 가다

한동훈 딸 의혹에 한인 학부모들 공분

 

 

 

논문, 출판, 봉사단체 설립, 애플리케이션(앱) 제작 기획, 미술 전시회….’ 국제학교를 다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딸이 쌓아 올린 ‘스펙’은 화려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표절·대필 의혹이 숨어 있고, 의혹의 줄기는 케냐를 비롯한 제3세계 청년들의 지적 착취 산업으로까지 이어진다. 한 장관의 딸은 연구 윤리를 어지럽히는 약탈적 저널을 활용하고, 미국 입시전문가인 이모 진아무개(49)씨의 딸들과 스펙을 품앗이해왔다.











<한겨레>는 지난 1~9일 진 씨가 활동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등 실리콘밸리 인근을 방문했다. 여기는 한 장관의 딸과 ‘스펙 공동체’를 이룬 진 씨 딸들이 고등학교를 다녔고, 미국 명문 대학을 향한 아시아인 학생들이 치열한 입시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이들은 편법적인 기회 획득에 분노하며, 세상의 모든 출발선은 같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미국 명문 대학이라는 학벌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과정에 한국 사회 엘리트들이 동원하는 ‘글로벌 스펙 산업’의 실태와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세 차례에 걸쳐 담는다.

“딸이 1년 반 동안 논문을 준비했지만 결국 완성하지 못했어요.”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만난 정미선(가명·48)씨 딸(20)은 11~12학년(고등학교 2~3학년) 시절 여러 교수들에게 수십 통의 전자우편을 보낸 끝에 생물학 연구실 인턴이 돼 논문 작성에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려면 운동이나 미술, 봉사와 리더십 활동 등을 해야 하지만, 논문을 위해 다 포기했다. 그런데도 출판하지 못했다. “실험을 열심히 했는데도 데이터가 미흡했나 봐요. 논문을 다 써놓고도 퍼블리케이션(출판) 못 했죠.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1년 6개월의 시간을 그는 ‘실패’로는 여기지 않는다. “힘들었지만 보람차고, 지금 대학에서도 비슷한 작업을 하니까 헛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 딸의 논문 대필 의혹 보도를 보며 분노가 몰려왔다. “퍼블리케이션은 미국에서 좋은 대학 가는 아이들만 하는 중요한 스펙이거든요. 근데 남의 글을 표절을 하거나 그냥 누군가를 고용해서 논문을 쓴 것으로 보이잖아요. 음악이나 운동은 대신해줄 수 없으니까 이런 방식으로 아이에게 굵직한 스펙을 손쉽게 만들어준 거죠. 페널티(불이익) 없이 묻힌다면, 이 세상에 정의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겨레>가 만난 한인 학부모들이 한 장관 딸 스펙 의혹을 보며 느낀 것은 좌절감이었다. 새너제이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부자 도시로, 상위 20% 연평균 가구 소득은 36만 1269달러(약 4억 5천만 원)에 이른다. 구글, 테슬라, 애플 등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이 모인 실리콘밸리 인근에 위치해 고연봉을 받는 엔지니어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도 따라가기 버거운, 혹은 따라가서는 안 되는 ‘그들만의 세상’이 드러났다.

 

 

 

 

 

 

“특권층이 이제 돈으로 학벌을 사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지난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만난 한인 학부모 신수진(가명·45)씨가 말했다. 그의 아들은 11학년(고등학교 2학년)이다. “미국은 자신의 부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룬 것은 모두 인정해줘요. 그것을 자녀를 위해 사용해도 되죠. 그런데 이번 일은 스펙을 가짜로 만든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잖아요. 나는 80을 해도 60밖에 나오지 않는데, 누구는 80을 해놓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200으로 만든다면 그건 큰 문제죠.”

 

 

 

 

미국 대학 유학생 수

지난 1일 새너제이에서 만난 이은경(52)씨는 세 자녀를 키우며 경험한 과외 활동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막내딸이 병원에서 봉사 활동할 때 12명을 뽑는데 200명이 지원했어요. 그만큼 크레디트(활동 내역)를 만드는 게 (미국에서) 어려운 거예요. 사실 공부가 제일 쉬워요.” 그럼에도 크레디트에 매달리는 이유가 있다. “제가 아는 아이는 4년 내내 지피에이(GPA·학업성적)를 모두 에이(A)를 받았는데도 유시(UC·University of California) 계열 대학교에 다 떨어졌어요. 죽어라 공부했는데도 크레디트가 부족했던 거죠.” 이 씨도 엔지니어인 남편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아이가 도와준 것처럼 이름을 올려볼까 생각도 했다. “유혹이 있죠. 그런데 남편이 ‘길게 봐서 교육상 안 좋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도 아이에게는 말도 하지 않았어요. 반칙을 하거나 돈을 쓰면 정말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크레디트죠. 정직하게 하는 게 어려운 거지.”

 

 

 

 

 

 

 

 

 

한인 학부모 민지유(가명·46)씨는 자녀가 셋인데 둘은 고등학생, 하나는 초등학생이다. 그는 크레디트를 위해 “정말 온갖 것을 다 한다”고 했다. “학교를 마치고 오면 우선 수영 2시간, 악기 2시간을 해요. 저녁에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숙제도 하고요. 리더십 활동도 해야 하죠. 필수는 아니지만 보통 10학년이나 11학년 때에는 대학 과정 수업을 들어요. 어렵고 공부량도 굉장히 많지만 대학 레벨의 수업을 듣는다는 걸 (대학 입학 때) 보여줘야 하니까 듣는 거예요. 또 그 수업은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나중에 수업료를 아끼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죠.”

 

 

 

 

 

 

 

 

 

 

 

 

 

 

 

 

미국에서는 이런 노력들이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민씨는 믿어왔다. 하지만 입시전문가 진아무개 씨가 주도한 한 장관의 딸과 사촌들의 ‘스펙 공동체’ 의혹을 접하고는 그 믿음이 흔들렸다. “(대필이나 표절, 스펙 품앗이 등) 문제를 캐기 시작하면 고구마 줄기처럼 나올 거 같아요. 그런 게 기존에도 있었던 거죠. 자기들끼리 입을 꾹 다물고 발설을 안 했던 거지.”

 

 

 

 

 

 

 

 

한인 학부모들은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문제 삼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11학년·8학년 아이를 둔 40대 중반의 현은주(가명)씨는 최근 초등학생 학부모인 친구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 “친구가 진 씨의 추진력과 조직력, 스킬 등이 대단하다고 칭찬하더라고요. 자기 딸들을 아이비리그 대학에 결국 보냈으니까 롤모델처럼 여기는 거죠. 어떤 형태로든 페널티가 주어지지 않으면 이런 일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지난달 16일 한 장관 딸의 ‘허위 스펙 의혹’을 조직범죄로 규정하고 한 장관 쪽의 해명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입장문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민간 청원 플랫폼인 ‘체인지’(change.org)에 올렸다. 9일 오후 5시까지 1만 1486명의 추천을 받았다.

 

 

 

 

 

 

“새너제이요? 미국에서 가장 핫(hot)한 동네죠. 실리콘밸리가 미국 돈을 다 벌어주고 있잖아요. 당연히 직업이 안정적이고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주민의 말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모여 정보기술(IT)의 중심이 된 새너제이. 이곳에 대해 거주민들이 대부분 동의하는 두 가지 사실이 있다. “돈 많은 사람들이 많고, 아시안들이 많다”는 것이다.
금융 산업의 중심인 뉴욕 인근의 뉴저지 등과 마찬가지로 유망 산업을 이끌고 있고 소득 수준이 높은 도시에서 자녀 교육은 단연 화두다. 무엇보다 학력을 중시하는 아시안의 교육열은 새너제이를 미국 내 우수 학군 지역으로 만들었다. 새너제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고등학교들은 아시안 학생의 비율이 적게는 60%, 많게는 90% 가까이 차지한다. 중국과 인도 학생의 비중이 크며, 이들의 부모 역시 부유하고 자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인 학부모들은 “한국 부모가 극성이라고 하지만, 여기선 중국·인도 부모를 따라갈 수 없을 지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모가 입시에 몰두하다 보니 미국의 다른 도시들보다 과열된 경쟁이 벌어져 입시 컨설턴트가 성행한다.
부모의 높은 교육열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자녀들과 갈등을 겪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한인 학부모는 “미국은 성인이 되면 독립하는 문화니까 학창 시절 내내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다가, 졸업하자마자 인연을 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 우려 때문에 아이를 통제하기보다는 입시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것도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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