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李 겨냥 '사조직', '자기 정치', '졸렬' 등 비판
이준석 "裵, 정진석과 같은 실수.. 유튜버 수준 담론"
裵, 혁신위원에 '분당을' 김민수 추천..李 겨냥 인사?
당선인 대변인 거친 裵, '洪측근'→친 윤이란 관측
다만, 친윤 vs 이준석 구도로 보기 어렵단 시각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혁신위원회, 국민의 당 몫 최고위원 추천 등 당내 현안을 놓고 연일 충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선 ‘친윤 그룹’ 의원으로 꼽히는 배 최고위원이 친윤계와 대립각을 세우는 이 대표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겨냥해 ‘이준석 사조직’, ‘자기 정치’, ‘졸렬’ 등 날 선 발언을 내놓고 있다.
두 사람 간 갈등의 발단은 이 대표가 혁신위 의제로 띄운 공천 개혁이다. 배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혁신위가 자잘한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어느 국회의원이 참여하겠다고 나서겠느냐”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지난 2일 최고위에서 혁신위 설치를 논의할 때는 공천 개혁이 의제로 거론되지 않았다가 추후 상의 없이 의제를 결정했다는 취지의 문제제기였다.
배 최고위원은 다음날 공개적으로 “아직 출범하지 않은 조직인데, 여러 의제가 공개돼버렸다”며 “이미 판을 짜 놓고 (출범하게 돼서) 인사를 추천하기가 어려워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교롭게 이 대표가 그 전날 자기 정치를 제대로 보여주시겠다고 한 일성과 혼재되는 바람에 이 대표가 자기 정치를 혁신위를 통해 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들이 좀 있었다. 그런 소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 대표께 주의해달라고 최고위원으로서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표 역시 배 최고위원의 주장을 ‘유튜버 수준의 담론’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진석 국회 부의장의 가장 큰 실수가 이준석을 비판하려고 뜬금없는 정미경 최고위원을 저격하고, 최재형 의원을 이준 석계 ‘졸개’로 만들었다”며 “배 최고위원도 똑같은 실수를 한 거다. 혁신위를 광범위하게 지적해버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고위원들이 한 사람씩 추천해서 꾸리는 혁신 위인데, 그걸 ‘이준석 사조직’ 이렇게 해버리면 유튜버들이 하는 수준의 담론인데 (배 최고위원이) 왜 이렇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혁신위원 추천권을 가진 배 최고위원이 김민수 전 분당을 당협위원장을 추천한 것도 이 대표를 저격한 것이란 평가가 많다. 앞서 배 최고위원은 초선인 정희용 의원을 추천했지만 정 의원이 고사하면서 추천에 난항을 겪다가 김 전 위원장을 추천했다.
분당을 지역구는 앞서 정미경 최고위원의 지역 조직위원장 내정으로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이 대표와 공개 설전을 벌인 정 부의장은 이 대표와 정 최고위원을 동시 겨냥해 “(이 대표가)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 묻는 이들이 많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 양상을 보여주듯 지난 16일 최고위에서 이 대표가 배 최고위원과 ‘노룩 악수’를 하는 모습이 주목되기도 했다. 당시 배 최고위원은 회의에 늦게 도착한 이 대표에게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었는데,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을 바라보지 않고 손만 살짝 내밀었다.
두 사람은 이날 최고위에서도 충돌했다.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자기 정치’를 겨냥, 회의 공개발언을 통해 “여기 있는 어느 누구도 ‘자기 정치’를 위한 어떤 의도를 혁신위에 담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비공개회의에선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 당 몫 최고위원 추천 관련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2명 추천’을 고수하는 안 의원에 대해 “생떼 부린다”라고 표현하자 배 최고위원은 ‘최고위 정수가 짝수이면 안 된다는 조항은 없다’는 취지로 “저희가 생각해도 졸렬해 보인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최고위원이 비판 수위를 높이는 건 친윤 그룹과 대척점에 선 이 대표에 대한 견제구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정치에 입문한 배 최고위원은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의 측근으로 꼽히곤 했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김은혜 전 의원에 이어 당선인 대변인을 맡으며 ‘친홍계’라는 인식이 흐릿해졌다는 평가다. 또, 당내 ‘계파정치’ 논란을 빚었던 공부 모임 ‘민들레(민심 들어볼래)’의 주요 멤버로 거론되면서 이제는 친윤 그룹으로 분류되는 모양새다.
배 최고위원과 이 대표의 갈등을 ‘친윤 vs 비윤’ 대립 구도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배 최고위원이 인수위 대변인을 거쳤다고 해서 친 윤이라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친윤 편에 서서 이 대표를 비판하는 것이라면 배 최고위원이 혁신위 구성 초반에 정 의원을 추천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위에 대해 이 대표의 ‘자기 정치’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