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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노량진은 강의실도 식당도 '썰렁'.."공무원 시험 안봐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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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노량진은 강의실도 식당도 '썰렁'.."공무원 시험 안 봐요" 왜?

 

[MT리포트] 식어버린 공시 열풍(上)

[편집자주]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추락하고 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안정성, 공무원연금의 혜택 등 '공시족'을 양산했던 매력이 더 이상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공시족들이 몰렸던 노량진 학원가 등의 분위기를 중심으로 공무원 시험 경쟁률 하락 요인을 살펴본다.

 
[르포] '빙하기' 노량진 공시촌…체력학원 텅텅·식당손님 반에 반토막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공무원 체육학원이 텅 비어 있다. 

# 지난 10일 오후 5시. 서울 노량진동에 있던 ㄱ공무원 체력 학원이 텅 비어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험가에 위치한 이 학원은 지난 2년간 6월에 130여 명의 수험생이 소방과 경찰 공무원을 목표로 땀 흘리며 운동하던 곳이다. 하지만 이번 달 이 학원에 등록한 수험생은 80여 명 수준에 머물렀다.

 

 

 

 

 

 

 

 

 

 

 

 

 

 

 

 

 

 

 

 

노량진 학원가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메카'로 통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코로나19(COVID-19) 유행으로 현장 강의 대신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한 것도 있지만 수험생 자체가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지하철 노량진역 부근에 위치한 ㄴ학원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 유명강사가 문제 풀이 특강을 할 땐 2300~2400여 명이 모였다"며 "최근에는 300~400명이 모이면 성공"이라고 했다.

 

 

 

 

 

 

 

 

 

 

 

 

 

새벽부터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강의실 앞에 긴 줄을 서던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인근 공무원 학원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ㄷ학원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변 건물을 임대해 한때 13관까지 운영했다. 현재는 10관으로 줄었다. ㄷ학원 관계자는 "과거보다 공무원 수강생이 줄어들면서 임대했던 건물도 줄였다"라고 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ㄷ학원에서 '1타 강사(업계 최고 인기 강사)'가 하는 9급 행정직 종합반 강의에는 수험생 500여 명이 몰리기도 했다. 현재 수강생은 200여 명 수준으로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지방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을 하루 앞둔 6월 4일 오후 서울 노량진에서 취업준비생이 학원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음. /뉴스1

코로나 전에는 식당 밖으로 30여 미터 이상 줄을 서던 'ㄹ고시식당'의 매출도 예전 같지 않다. 4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식수인원이 1200명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300~400명 수준으로 줄었다. 1, 2층에 300여 석 규모를 갖췄지만 이날 점심 때는 빈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ㄹ고시식당을 운영하는 강 모 씨는 "과거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30분인 점심시간에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12명이었던 직원은 7명으로, 10명이던 아르바이트생은 6명으로 줄었다"라고 했다. 이어 "아르바이트 6명도 내년까지만 시험을 준비하고 그만하겠다고 한다"라고 했다.

 

 

 

 

 

 

 

 

 

 

 

 

 

 

강 씨는 "주변 고시식당들의 상황도 비슷하다"며 "고시식당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음식을 만들어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식자재값도 오르고 공시생도 줄어 계속 적자다"라고 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수험생들이 머무는 고시원에도 공실이 늘고 있다. ㅁ고시원 총무 김 모 씨(28)는 "만실이 30실인데 공실이 7~8실로 늘었다"며 "지난해에 근무하던 총무한테 듣기로 당시에 공실은 1~2실에 불과했다"라고 했다.

김 씨는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며 아르바이트 삼아 고시원 총무로 일하고 있다. 김 씨는 "2년 전에 경찰공무원 체육학원에 가면 한 수업에 10여 명 이상이 들었는데 최근에는 5~6명 수준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라고 했다. 김 씨는 그간 경찰공무원 필기시험 과목이었던 영어와 한국사가 관련 자격시험으로 대체되는 검정제로 바뀐 뒤 신규 유입되는 수험생이 크게 줄었다고 말한다. 기존 경찰 공시생들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준비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지난해 7월 21일 오후 서울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에서 공시생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음./사진=뉴스1

노량진 서점가에서는 몇 년 전부터 공무원 수험서 매출은 줄어드는 대신 사기업 인적성 서적 등의 매출이 늘고 있는 것도 공무원 시험 인기가 예전과 같지 않음을 드러낸다.

19년째 노량진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권 모 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수험서적이 매출의 거의 전부를 차지했다"며 "최근에는 공무원 수험서의 매출 비중은 60% 수준으로 줄고 대기업 인적성 시험, CPA(공인회계사), 세무사 준비 서적이 많이 팔린다"라고 했다. 권 씨는 "노량진에 거주하며 공무원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이 회계사나 일반 대기업, 공공기관이나 공인회계사 등으로 진로를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식어버린 공시열풍에 정부는 "비상"…경쟁률 하락한 진짜 이유

국가직 공무원(이하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두드러지게 떨어졌다. 원인 분석에 나선 정부도 쉽게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정만 내놓았다. 정부 인사업무 담당자들 사이에선 '비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청년들의 인식 변화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이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올해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42.7대 1이다. 올해 경쟁률은 1979년(23.5대 1) 이후 최저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100대 1 이상을 기록했던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2018년 이후 40대 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잠깐 반등했지만 올해는 하락폭이 컸다.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 역시 올해 29.1대 1을 기록해 1992년(19.3대 1) 이후 처음 30대 1 이하로 내려갔다.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을 본 실제 응시자를 기준으로도 올해 2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01년(19.7대 1) 이후 최저 수준이다.

 

 

 

 

 

 

 

 

 

 

 

 

①청년인구가 줄었다?

정부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시험 경쟁률 하락의 첫 번째 요인으로 청년층 인구감소를 꼽는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청년층 인구가 줄면서 경쟁률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공무원 시험 주요 수험층의 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은 20대 중후반과 30대 초반 연령대의 청년들이 가장 많이 응시한다.

 

 

 

 

 

 

 

 

 

 

 

 

 

 

 

 

실제로 올해 7·9급 공무원 시험 지원자의 평균 연령은 각각 29.7세와 29.4세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통계를 보면, 2010년 말 168만 4465명이던 29~30세 인구는 2017년 말 124만 4386명까지 감소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부의 추정이 타당하다. 하지만 해당 연령대의 인구는 2018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 말 142만 5548명을 기록했다. 올해 5월에는 143만 8530명으로 더 증가했다.

 

 

 

 

 

 

 

 

 

 

 

범위를 25~34세로 넓혀도 마찬가지다. 2018년 말 659만 8432명이던 25~34세 인구는 지난해 말 675만 662명으로 증가했다. '에코붐' 세대인 1991~1995년생이 해당 연령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봐도 지난해 5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 중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15~29세)은 27만 9000명으로 2018년(20만 8000명) 보다 많다.

 

 

 

 

 

 

②지금까지 허수가 있었다?

따라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치솟았던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일차적으로 하락한 건 청년 인구 감소에서 찾을 수 있지만, 2018년 이후에는 유효하지 않은 설명이 된다. 학원가가 '허수' 공시족(族)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1~2년 사이에 시험 과목이 개편되면서 경쟁률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거품이 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7급 공무원 시험의 경우 지난해 PSAT(공직적 격성 평가)가 도입됐다. PSAT는 5급 공무원 시험에서 이미 적용하고 있던 평가다. 5급에서 7급으로 유입된 지원자가 있어 지난해 일시적으로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일시적 효과'가 사라졌다. 9급 공무원 시험은 올해부터 사회, 과학, 수학과 같은 고등학교 선택과목이 빠졌다. 그만큼 벽이 높아졌고 '시험 삼아' 시험을 보던 지원자가 줄었다.

 

 

 

 

 

 

유성룡 에스티 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은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 하락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일차적인 원인도 있겠지만 올해부터 행정직에서 선택과목이었던 고등학교 수학, 사회, 과학이 배제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직렬별로 필수로 응시해야 하는 2개의 전공과목을 대비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③공무원 인기도 떨어졌다?

'거품'이 빠졌다는 것만으로 올해 유독 두드러진 공무원 시험 경쟁률의 하락을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치솟았던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최근 추세적으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본격적으로 하락한 것이 공무원연금 개편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에 여기에서 해답을 찾는 이들도 있다.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3~34세가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으로 대기업(21.6%)이 꼽혔다. 국가기관(21.0%)은 공기업(21.5%)에 이어 3위였다. 2009년에는 국가기관(28.6%)이 공기업(17.6%)과 대기업(17.1%)을 제치고 1위였다. 상대적으로 박봉이었지만 연금 혜택을 누렸던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인기 자체가 예전만 못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바뀐 직업관 등 복합인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사처 관계자는 "공무원 시험 경쟁률 하락 요인을 계속 파악하고 있다"며 "다양하게 거론되는 요인들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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