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빚투' 갚아주는 나라.. 파산 내몰린 중장년은 운다 [코너 몰리는 취약 차주]
정부 채무조정이 부른 세대갈등
"2030 투자 빚 세금으로 구제"
4050 중심으로 소외감 확산
35~39세는 해당 안돼 논란도
"재기 돕는 차원" 진화 나섰지만
실제 채무고통 중장년 더 심각
파산신청 40대 이상이 90% ↑
금리까지 치솟으며 부담 가중
청년 '빚투' 갚아주는 나라... 파산 내몰린 중장년청년 '빚투' 갚아주는 나라... 파산 내몰린 중장년
■40·50세대 "코인 빚 투한 2030 왜 구제하나"
7월 31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2030의 '빚투'를 봐주기로 하면서 세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손실이 포함된 20·30세대의 부채를 국가가 나서서 이를 변제하는 게 온당하냐는 지적이다. 앞서 서울 회생 법원이 이달 초에 코인·주식 투자로 입은 손실을 개인회생 변제금 산정 때 반영하지 않기로 한 상태여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개인회생제도는 일정 수입이 예상되는 채무자가 3~5년간 빚을 꾸준히 갚아 나가면 나머지 채무는 감면해주는 제도다. 법원은 그동안 주식·가상자산 투자 실패로 입은 손실금까지 처분 가능한 자산이라고 판단했다.
보험회사 영업직으로 근무하는 50대 박 모 씨는 "청년층의 빚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알지만 소득이 없고 경제적으로 힘든 고령층도 많다"면서 "투자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하는 것이 당연한데 빚투에 실패한 20·30세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모두가 힘든 금리 상승기에 도입한 게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50대 정 모 씨는 "이번 대책으로 정부가 간접적으로 빚투 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소외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의 대상인 청년층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에 대한 문제도 나오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신용회복을 돕는다면서 20~34세로 대상을 한정한다면 35세부터는 같은 30대인데도 적용 안 되는 등 공정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발 물러서 청년지원 정책은 일부일 뿐이고, 특히 원금 탕감 조치는 어떤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래를 위해 청년의 어려움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주지 않으면 나중에 사회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영업자 비중 높은 중장년층의 채무고통
문제는 중장년층의 채무고통이 청년층에 비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회생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출을 갚지 못해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20~30대는 6.8%인 반면 50대 이상은 약 33%, 60대 이상은 44%로 나타났다. 빚에 짓눌린 부담은 40·50세대가 압도적으로 크다는 뜻이다.
특히 40·50세대는 다른 연령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만큼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 p 금리인상)으로 한미 금리가 역전된 만큼 한국은행 역시 연말 3%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이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차주의 이자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전성도 불안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전체 개인사업자 가운데 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비율은 코로나19 기간 2배 넘게 늘었다. 2019년 12월 16.4%였던 다중채무자는 지난 3월 33.3%로 나타났다. 또 앞서 올해만 네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코픽스는 지난달 2.38%로 최고치를 기록, 연내 기준금리 3%와 주담대 금리 8%대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자본시장 연구원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모두가 예민한 금리 상승기인 만큼 40~50대가 소외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금융정책을 민생 전체에 초점을 맞춰 보편적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